최기순의 나는 숲이다[26]

 

 

 

반가운 손님

2005. 6. 7. 
“최 감독! 빨리 좀 나와봐요!”
이른 새벽, 이고르가 방문을 두드렸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얼른 옷가지를 갖춰 입고 나갔더니, 이고르가 창고 쪽을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고르가 부엌에 연결된 창고문을 열었다. 불곰 한 마리가 반대편 창고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창고 안에는 먹을 게 하나도 없었다. 만일 먹을 게 있었다면 불곰은 틀림 없이 다시 찾아올 터였다. 

 

 

 

 

 

 

 

불곰은 한동안 눈동자만 굴리더니 슬그머니 고개를 빼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녀석은 자작나무 숲인 까르돈 뒤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창고 유리창에 카메라를 올려놓았다. 이고르가 밖에 나가지 말고 창고에서 촬영하라고 귀뜸해주었기 때문이다. 

불곰은 내가 계획하고 있는 시베리아 10년 시리즈의 신호탄이었다. 우리 후손들에게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인의 눈으로 연구 관찰한 생태계의 모습을 남겨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된 기획이다. 남의 나라에서 기획하고 만들어 낸 콘텐츠를 소개해야한다는 것은 사진을 하는 사람으로서 또, 자연을 기록하는 일을 업으로 택한 나로서 도저히 참아내기 힘든 열등감이었다. 한국 최초의 불곰 현지 촬영은 이렇게 탄생했다.

◀최기순
영화감독 /야생동물 사진작가 / 전 강원대 초빙 교수 / 사업가
영상 <잃어버린 한국 야생동물을 찾아서>EBS(한국방송대상, 백상예술대상, 한국방송촬영 대상)
<반달가슴곰 미사, 마샤의 홀로서기>MBC, <한국표범-핫산계곡의 포효>MBC, <나는 숲이다> 외 다수
저서 <시베리아 야생화>, <시베리아 야생동물 이야기> 외
화촌면 소재 불멍 & 까페 & 펜션 ‘나는 숲이다’, 구)캠핑장 ‘까르돈’(러시아어로 ‘자연보호구역 내 자연을 지키는 사람들이 사는 집’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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